- 저자
- 문상훈
- 출판
- 위너스북
- 출판일
- 2024.01.05
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집 앞 카페로 가서 커피 마시며 책 읽는 시간은 힐링이다.
오늘 읽으려고 챙겨간 책은 12월 말에 예약해서 구매했지만 그대로 한쪽에 밀어뒀던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다. 요즘 내 감성이 메말라 있는 탓에 잘 읽히지 않아서 미뤄두었던 책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주말의 여유를 부리며 느긋한 마음으로 문상훈 책에 빠져들었다.
유튜브의 빠더너스 채널은 보지 않아서 이 작가가 그렇게나 유명한 유튜버라는 걸 몰랐다. 오히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한 게 더 강렬히 기억에 남아있었다. 유튜브나 브라운관에서의 문상훈과 글쓴이 문상훈의 느낌은 완전 달랐다. 그냥 웃기는 유명인일줄 알았는데 글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깊은 내면이 느껴졌다. 얇은 책 한 권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누르고 눌러서 한 자 한 자 섬세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급하게 읽기보다는 시간의 여유를 두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우선 책 앞쪽에 저자가 직접 찍은 감성적인 사진들을 보며 샌드위치를 곱씹었다0.0?!
책의 중간중간 저자의 손글씨가 있다. 모두인상 깊은 구절들이다.
26p. 꽃말이 예쁘지 않다고 뽑아 댄 잡초들은 사실 내가 바라던 꽃과 열매들의 마중물이었어요. 그걸 너무 늦게 알았지만 오늘은 해가 뜨고 내일은 비가 올 것이고 계절은 언제나 돌아온다는 사실로 아쉬움을 훔쳐냅니다. 지고 있던 농약을 내려놓기로 합니다.
- 항상 좋은 감정만 갖고 살 수는 없고 즐겁고 행복한 일기만 쓸 수는 없다. 때론 부끄럽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일기도 하는 법! 나만이 나를 소중하게 다룰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순간에도 내 자신을 마주하며 어루만져 주자...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이다.
35p. 세상사람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는 것도 알겠고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도 알겠는데, 아무도 보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는 것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어럽다. 나는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지만 춤 비슷한 것이라도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 나 자신을 위한, 내 만족을 위한 일
56p. 어릴 때는 아직 간지러워서 못쓰고, 그 또래가 되면 괜히 싱거워서 안 쓰고, 시간이 지나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못쓰는 단어, "청춘" / 혹시 지금 내 청춘이 벌써 정상을 지나 하산하는 길인가 하는 마음에 저녁내내 뒤숭숭하다. 커가는 길은 힘들고 지루했고 늙어가는 길은 우울해서 힘이 쭉쭉 빠진다. 청춘이 하산하는 길도 오르막처럼 땀이 났으면 좋겠다.
자신을 오래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천천히 늙는다. 내 잘못과 부족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은 사과도 쉽게 한다. 나이드는 것과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어른은 실수 안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그 실수를 감추려고만 하니 도리어 실수도 더 많이 한다. 나는 매일 미숙해서 오늘도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소년으로 오래 남고 싶다.
- 내리막길도 오르막길 오를 때처럼, 마음만은 청춘으로 살자.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사과하고 모르는 건 배우고 숫자에 불과한 나이로 거만하게 굴지 말 것.
63p.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대부분의 이유는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이다.
- 맞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에게 먼저 호감을 보여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 귀신같이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을 눈치챈다. 내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간 적이 언제였지? 주위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더 많이 내비친 것 같아 반성이 되었다.
64p. 실망은 그 사람에 대한 업앤다운 게임에 불과하다. 나를 너무 좋게 안 보는 것은 나를 나쁘게만 보는 것만큼 안 좋다는 것을 몰랐다. 나를 한없이 좋게만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망은 나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업앤다운으로 영점을 향해가는 것 뿐이고 실망했을 때가 서로를 알아가기 가장 좋은 순간이다. 누군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때 내가 먼저 해야하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친 나도 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잘 나온 사진만 내 얼굴이 아니듯 기대에 부응한 나만 내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한다.
- 실망했을 때가 서로를 알아가기 가장 좋은 순간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너에게 실망했어'라는 말을 청천벽력으로 듣는 저자를 넘어서 나는 그 말을 '관계의 끝'으로 듣기 때문이다. 내 내면은 하염없이 여리고 어리고 물러터졌다...
80p. 공항 검색대의 짐처럼 내 감정들을 바리바리 다 꺼내 놓아야한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오해 없이 잘 설명하려면 내감정의 경위서를 먼저 작성하고 그 마음들을 공감받으려면 말이다.
109p. 왜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 별점을 매기려 들까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별점의 기준이 되니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없게 됩니다.
118p. 자기혐오: 그래도 오늘 밤에는 미워하는 사람과 미움받는 사람이 둘 다 나인 것이 둘 중 하나인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중얼거리며 걸어 보려 합니다.
128p. 짝사랑의 완성은 고백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짝사랑이 완성된 순간이란 마음을 전달하는 순간이 아니라 내 안에서 하얗게 소실될 때가 아닐까 한다.
- 짝사랑을 혼밥에 비유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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