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남희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23.11.30
마스다 미리 등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한 권남희 작가님의 에세이.
스타벅스에서 번역 일을 하며, 그날의 음료와 일상에서 드는 생각들을 기록한 책이다.
챕터마다 호흡이 가볍고 문장도 간결해서 단번에 읽어버렸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는 '아껴 읽을 걸'하는 아쉬움 마저 남았다. 저자는 20대의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데 딸과 번역가 엄마의 에피소드를 볼 때면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 미래의 딸이 생기면 이런 모녀사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타나카타츠야의 미타테 마인드 전시회를 보러 가서 <스시가 옷을 사러 갔어요>라는 동화책을 재미있게 봤는데 그 책도 이 권남희 작가님이 번역한 책이라고 한다.(이 에피소드도 재밌었지) 필력도 좋고 작가님의 생각도 재치 있어서 읽는 동안 힐링됐던 에세이. '출판번역가는 역시 글도 맛깔나게 쓰는구나' 생각하며 오늘 도서관에 가서 권남희 선생님의 다른 책 <혼자여서 좋은 직업>도 빌려왔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데 나만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꼈던 크리스마스나 봄.
지금은 잘 보내는 법을 체득했지만 어린 시절에는 나만 불행한 것 같아서 마음 속 울적함을 담아두고 있었는데 작가님도 지루함을 느꼈다고 하니 반가웠다.
89p. 세상은 온통 봄인데 나는 외톨이다(- 우연한 축복)
내가 어릴 때마다 느껴온 감정을 이렇게 간단히 한 줄로 표현하다니
곧 온통 봄인 세상에서 외톨이인 분 많겠구나요, 봄은 오는 척하다 가버리니까요 무시하세요
63p. 상사가 그만두려는 사람을 붙잡는 경우, 98퍼센트 자기를 위해서지 상대방을 위해서는 아니다.
한 번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을 때 그만두는 게 정답이다. 욱해서 던지는 사표가 아니라 심사숙고한 것이라면
스타벅스에서 번역 일하는 작가님 주변으로 여러 사람이 다녀가는데, 그 속에서의 작가님의 시선이나 가치관이 담겨있다. 어떻게 매일 일하러 카페에 가면서 일지를 쓰고 그걸 책으로 낼 생각을 했을까! <불편한 편의점>의 짧은 글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스타벅스 일기2>도 내주세요...
74p. "한 번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상처에 생긴 딱지처럼 벗겨내고 싶어지더라"
오늘 스타벅스에서 번역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아, 맞네. 학원이나 회사나 연애나 인간관계나, 한번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만두어야 하는 건 '상처에 생긴 딱지'처럼 간질간질해져서 그렇구나
170p. 몸이 불편한 아이가 있으면 가정에 그늘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깨졌다. 무척 밝고 환한 가족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만 보이고 아무런 그늘도 보이지 않았다. 장애가 있건 없건 내 아이는 사랑스럽기만 한데 남들이 편견을 갖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강아지 나무의 두 눈이 새하얘져서 지나가는 사람마다 징그러워하거나 무서워할 때도 정하와 나는 귀엽다며 물고 빨았다. 가족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
252p. 서머 캐리백 사태는 이런 물질적 보상과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등 대대적인 사과로 마무리됐다. 일련의 과정을 쭉 지켜보며 생각했다. 사과란 "요만큼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상대방이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할 정도로 해야 제대로 하는 거구나. 그러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드는구나.
274p. 얼마 전에 20년 동안 밀봉해둔 상자를 열었더니 신혼 때 쓴 일기장과 결혼 전에 주고받은 편지들이 잔뜩 나왔다. 연애편지는 오글거려서 읽을 수가 없었고, 일기장에는 타국 생활을 우울해하는 글뿐이다. 맨날 야근하는 남편만 보고 살았으니 그랬을 만도 하지. 스물아홉. 지금 정하 나이 때다. 정하는 아직도 이렇게 아기처럼 우쭈쭈 사랑받고 있는데, 스물아홉, 서른 살 때의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며칠 울었다. 결혼이란 걸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선택한 대가다. 그래서 그 선택을 후회하는가 하면 그렇진 않다. 정하를 만났으니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브러쉬업 라이프> 일드도 보고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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